(서울신문 기고문) 쇄국문을 특금법으로 풀어야 산다 / (Contribution to Seoul Newspaper) We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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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동수 작성일20-02-21 16:43 조회18,03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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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번 국회에서 쇄국문을 특금법으로 열어야 산다
안동수
지금 국민의 관심은 변종바이러스와 총선에 쏠려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국회가 해야 할 긴요한 일 중의 하나가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이번 임시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4·15 총선 이전 마지막 국회가 되기 때문에 통과되지 않는다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특급법을 둘러 싼 국내ㆍ외의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이미 와 있는 미래세상
백도날드는 무슨 회사인가? 스타벅스는 무슨 회사인가? 물론 표면적으로 보면 세계적인 햄버거 회사와 커피 회사이다. 그러나 이들은 부동산사업과 암호화폐 사업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는 이미 페이스북이 진행하고 있는 리브라 암호화폐 사업에 참가하며 세계적인 핀텍크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이 신산업 재편에 앞서 가는 것이다.
지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0에서 에어드론 항공택시 등의 미래 트렌드를 보여주었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투어리즘 등 차세대 교통수단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임러, 현대차, 벨 등 10개 글로벌 기업이 관련 제품을 전시했다. 이중에 새로운 것은 6개의 프로펠러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택시였다. 또 일본에서는 반야심경을 외는 관음상 로봇이 등장하였다고 한다. 이제 스님들은 ‘로봇님 중생과 스님 도반들에게 가르침을 주소서…’하며 불경을 외울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2. 코인은 기계가 쓰는 돈
이런 미래상은 당연히 현실화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실용화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 기계들이 쓸 수 있는 돈 즉 암호자산 화폐 코인이다. 코인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흔히 다단계 사기나 금융 피라밋 수단으로 인식되지만, 이러한 현상은 발전하는데 구더기같이 나타나는 하나의 과정이다. 암호자산 화폐를 바라보는 공직자의 시각이 '무지와 권위주의'이다 보니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글로벌 상황을 보고 육성 안을 급하게 논의할 때다.
블록체인으로 구성된 암호자산 화폐 코인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해킹을 할 수 없다. 해커가 이 거래장부를 해킹해 돈을 빼 가려면 정보공유자 51%의 장부를 동시에 조작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3.0 에 이르면 플랫폼 내에 자체 의사결정 기능을 탑재하여 참가자들의 의견수렴이 훨씬 용이해 진다. 블록체인 문화로 사회 전체에 탈중앙화 변화가 가속화되면 정부의 역할을 감소시키고, 사회구성원에 의한 완전한 신뢰, 불필요한 절차의 생략, 철저한 보안이 가능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제 블록체인 3세대로 진입하는 2020년대는 이 새로운 문명기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시기이다. 1세대 비트코인과 2세대 이더리움 코인들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3세대 블록체인은 합의 알고리즘의 변화, 거래 처리속도 개선, 자체 의사결정 기능 탑재 등 실용화 기술향상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앨빈토플러의 말대로 빠른 자와 느린 자로 구분되는 시대다. 이미 에스토이아 처럼 앞서가는 나라와 한국처럼 뒤쳐진 나라와의 신문명 수용의 차이가 나고, 다량의 비트코인을 갖은 중국인들과 별로 가진 게 없는 한국인들의 암호자산 빈부의 격차가 발생했다. 이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의 비트코인 보유차이는 우리 정부의 2017년 좌충우돌했던 코인 정책이 큰 원인의 하나다.
3. 글로벌 시장 상황
이제 한 국가 내에서만 쓰는 수직화폐 시대는 가고, 글로벌로 쓰는 수평화폐 시대가 오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의 페이스북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리브라(Libra)의 등장으로 세계 크립토경제는 대 국면전환의 모멘텀을 잡았다. 이후 비트코인 선물거래소인 백트(Bakkt)가 출범했고, 여러 대기업도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결제시스템을 타진하는 등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발행도 논의하고 있다. 지난 12월 독일 도이치뱅크 보고서는 "향후 10년 내 기존 법정화폐 시스템에 대한 사회 반발이 극단적으로 커지고 결국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금,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는 필연적으로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우리가 궁금해 하는 북한은 인터넷 사용이 3년 사이에 300% 증가했고, 암호화폐 분야에서는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과 절취, 생산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국제 뉴스는 전하고 있다. 영국은 비트코인을 '민간통화'로 분류하고 2008년 암호화폐 사업체 규제를 위해 범죄수익법을 개정했다.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모든 기업을 규제대상으로 포함해 고객확인의무(KYC) 이행과 금융서비스위원회(KYC)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업자는 전자화폐 기관 등록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자금세탁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혁신적인 얼리 어답터가 되기 위해 금융행위감독청(FCA)과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 도입, 핀테크 지원 전담 부서와 관련 법안 도입 등 다양한 디지털 정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개인 신원관리 시스템, 투표시스템, 의료정보시스템 등 세계 최고의 블록체인 전자정부 서비스를 구축하였다. 네덜란드는 디지털 신원정보 관리, 물류관리, 자율주행차, 부채컨설팅, 국가 간 유독물질 수송, 부동산 거래 어플리케이션, 환자정보 통합시스템 등 25부처에서 4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공블록체인 프로젝트에는 당연히 연관되는 암호화폐의 보상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격동하는 국제 상황에 지난 해 미국과 이란의 갈등 사태가 발생했고, 올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화폐)이 대체자산이자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
4. 국내 산업과 시장 상황
현재 우리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고용촉진과 스타트업 활성화인데, 블록체인 관련 금융사업이나 기업들은 배제되어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미래성장산업 지원을 위해 4차산업혁명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매년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거나, 과기정통부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신규사업을 지원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모두 절름발이 정책인 것이다. 2018년 9월 암호화폐거래소를 투기과열과 불법행위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기업군으로 분류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 증거다. 벤처혁신을 한다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크립토 관련 신산업을 의붓자식이나 서자 취급하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가 일찍 시작한 플랫폼 사업을 미국에게 내어준 것과 같은 자기 발등 찍는 꼴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사업과 개발이 아직 정부가 인정하는 산업이 아니다 보니 투자나 창업지원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 총 195건 과제 중 블록체인은 14건으로 7%에 불과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과제는 대부분 제외했기 때문이다. 14건 중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총 5개의 과제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지만 대부분 보안·데이터 기록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서비스이거나 암호화폐를 배제한 참여자간 서비스인 프라이빗 블록체인만 허용됐다. 공공부문의 퍼블릭 블록체인은 외면하고 있는데, 실무책임자 입장에서는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블록체인 기술성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암호화폐는 여전히 '투기와 사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의 차체는 키우지만 굴러가는 구동부분은 외면하는 꼴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떼어내 유독 암호화폐만 부정적으로 보는 정부의 선입견이 블록체인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이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에 거품이 많았다고 하지만, 그 거품이 나쁜 영향만 끼쳤던 것은 아니다. 대양에서 밀려오는 세계의 신정보는 의례 거품을 타고 오게 마련이니 말이다.
5. 결론
지금은 글로벌 사회의 정치ㆍ경제ㆍ사회의 격동 상황과 5월에 예정되어 있는 비트코인 반감기 등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장을 타고 있다. 자산 및 기금 관리 글로벌 시장과 산업에 암호자산(화폐)의 활용이 급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한국의 3권지도 체계는 아직 양반 팔자거름으로 거드름만 피우고 있는 느낌이다. 사법부는 워낙 보수적이니 그렇다고 쳐도, 국회는 관련법을 조속히 입법을 해야 함에도 각 당이 서로 자기식구 늘리기 전투에만 몰입하고 있고, 특금법 같은 필수법 제정에는 행정부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신 금융 산업을 필두로 펼쳐질 새로운 블록체인 신뢰문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 산업과 시장의 빗장을 풀어줄 특금법으로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잠겨진 대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서 역사를 후퇴시키는 위정자들의 실수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 주기를 강력히 주문한다. 앞으로 국가 간 디지털 암호화폐 경제전쟁은 법규와 제도화의 차이로 빈부격차가 나타날 것이고, 결국은 우리 후대들이 세계경제에서 서게 될 위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0. 2. 21
안동수 약력
(사)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수석부회장
블록체인아카데미 원장
『알기쉬운 비트코인』 저자
전)KBS 부사장
경영학 박사
(끝)